Special Report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미키 마우스. 당신이 근 10년 사이에 그 캐릭터 상품을 산 적이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한국인이 그린 것일지도 모른다. 디즈니 제품의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캐릭터 아트를 2명이 담당하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 생물학과를 전공한 후 애니메이션이 하고 싶어 무작정 미국 유학길에 오른 20대 청년은 지금 월트 디즈니에서 12년째 근무하고 있다. 한국인 최초 디즈니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인 김미란 씨의 이야기다. 김미란 씨는 최근 자신의 삶과 디즈니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은 책을 출간했다. 이 거짓말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을 좀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저자가 미국에 있는 관계로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했다.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현재 디즈니에서 리드 캐릭터 아티스트(Lead Character Artist)로 일하고 있다.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그리고 그 친구들의 캐릭터 아트를 주로 담당하고 있고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와 픽사의 캐릭터 등도 함께 그리고 있다.

캐릭터 아티스트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가?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부서의 비즈니스 전략팀에서 1, 2년 뒤의 트렌드를 예측하고 큰 방향을 설정하는 스타일 가이드를 만든다.

그러면 캐릭터 아티스트들이 캐릭터의 포즈를 잡는데, 이걸 여러 과정을 거쳐 완전한 그림까지 만들어낸다. 이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팀별, 파트별 역할이 또 세세하게 나뉜다. 주요 업무는 이렇게 1, 2년 뒤를 예측한 스타일 가이드를 만드는 일, 그리고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라이선스를 가져간 외부 업체들이 디즈니 캐릭터를 마음대로 변형하지 못하도록 관리하기도 하고 디즈니 캐릭터를 활용한 유명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과 D23 같은 행사에서 라이브 드로잉 쇼도 진행한다.

캐릭터 아티스트가 되려면 어떤 걸 준비해야 하나? 그림을잘 그려야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예를 들면 디즈니는 캐릭터의 단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캐릭터 아티스트로 입사하면 디즈니의 캐릭터를 전부 그릴 줄 알아야 한다. 1mm의 오차 없이 완벽하게 그리는 걸 온 모델로 그린다고 표현하는데 언뜻 쉬워 보이지만 미키 마우 스만 해도 눈과 눈동자의 위치나 크기, 눈 사이의 거리, 이마의 길이, 얼굴 라인과 모양, 크기, 몸의 비율, 손발의 크기, 팔다리의 두께와 길이 등 지켜야 할 규칙이 100가지 정도가 있다. 그러면서도 캐릭터에 생동감이 있어야 하고 정체성도 지켜져야 한다.

책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디즈니에 관한 내용을 상당 부분 다뤘던데 좋은 직장인 건 사실이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정말 사랑하는 건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를 좋아하는 것도 그게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수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재미있게 놀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다. 덧붙여 디즈니는 워낙 큰 회사이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지 전부 알 수 없고, 심지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디즈니 건물인지도 다 모른다. 저보다 훨씬 오래 다닌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내가 쓴 책이 디즈니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디즈니에서 진행하는 수많은 사업 중에 캐릭터 아트라는 하나의 파트, 그중에서도 아주 일부라는 걸 감안하고 봐주셨으면 한다.

무턱대고 미국으로 건너가 디즈니가 세운 예술학교인 칼아츠(California Institute of the Arts)에 입학했다고 하는데 예정된 건 아니었나? 처음엔 그런 학교가 있는지도 몰랐다. 우연히 미국에서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보게 됐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애니메이션을 하려고 미국에 왔는데 그때까지 뭘 어디서 공부해야 하는지도 몰라 심란한 마음 으로 서점에 갔는데 ‘아트 오브 알라딘’ ,‘ 아트 오브 애니 메이션’같은 책이 눈에 띄었다. 유학 오기 전 한국에서는 자료를 좀 찾아보려고 서점을 아무리 뒤져봐도 애니메이션에 관한 책 한 권이 없었다. 신기해서 보고 있는데 알라딘을 만든 스태프 프로필에 칼아츠라고 적혀 있는 걸 발견했 다. 그렇게 칼아츠가 디즈니에서 만든 예술학교라는 걸 알게 됐고 꼭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 어떻게 보면 디즈니가 길을 알려줬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요즘 확실히 애니메이터나 캐릭터 아티스트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에게 선배로서 조언해준다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 지점들이 몇 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에서 미술을 배우지 않았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입시 미술’을 배우지 않았던 거다. 획일적인 기본기나 테크닉을 배우는 데는 한국만 한 곳이 없다.

그런데 칼아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테크닉이 아니라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 개성이다. 어느 정도 기술은 보지만 창의성이 없으면 어렵다. 오히려 기술이 좀 부족해도 개성이 있으면 합격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지금 디즈니에 다니고 있긴 하지만 사실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는 모른다. 디즈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장이지만, 언젠가 떠나게 되더라도 웃으면서 고마운 마음으로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했듯이 내가 사랑하는 건 그림 그 자체지 디즈니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작가이자 아티스트로, 오롯이 나를 보여주는 것이 남은 꿈이다. 그걸 위해 몇년 전부터 나만의 세계를 담은 작업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도 그렇고 스타일적으로도 그렇고. 그런 날이 오면 언젠가 그 공간에 들러주시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선 책이 출간되어 쑥스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다. 살면서 수많은 천재들에게 배우고 함께 일해왔는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책을?’ 뭐 이런 생각도 들지만 이왕 쓴 책이니까 많이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올봄에 한국에 한 번 들어갈 예정인데 그때 여러 행사를 계획 중이니 기대해주셨으면 한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20.2월호
<아이러브캐릭터 편집부> (master@ilovecharac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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