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먹이>

김보영 감독은 2013년 처녀작 아프지않아로 인디애니페스트 독립보행상을 받으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이래 흉내, 먹이, 레버 등의 작품을 통해 사회와 개인간의 관계에 대해 일관된 물음을 던짐으로써 자신이 지향하는 뚜렷한 주제 의식을 보여주었다. 지난 6월, 가장 최근 작품인 레버가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경쟁부문에 진출하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역량을 입증한 김보영 감독을 만나 그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와 지향점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작품 중에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과 그 이유는?

모든 작품에 애정이 가지만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흉내’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가장 간결하면서도 주제를 압축해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흉내’는 사소한 사건 속에서 벌이지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객들은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일관된 해석을 내놓는 게 아니라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되고, 해석 또한 달리하게 된다. 해석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애니메이터로서 입문하게 된 계기는?

어린 시절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만화를 그리거나 낙서를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가 애니메이션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첫 작품인 ‘아프지않아’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사운드까지 혼자서 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작품 곳곳에 부족한 면이 많다. 작품에 등장하는 아이처럼 이 작품 역시 미성숙할지 모른다. 그럼에도 이런 부족함과 어색함이 작품 전체에 녹아들며 독특한 느낌을 만들었고 사운드와도 묘하게 어우러졌다. 이 작품을 보고 좋게 평가해주신 분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프지않아>

<흉내>

데뷔작 ‘아프지않아’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작품에 등장하는 꼬마에게 고민이 있다. 윗 앞니가 썩어 뽑아야 하는데 그 고통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처진다. 매일 악몽에 시달리고 하루하루가 괴롭기만 하다. 꽃게, 새우, 고기 등 엄마가 해주는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하는 고통도 이루 말할 수 없다. 썩은 이는 아이에게 고민을 안겨준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충치로 인한 고통보다 더 심각한 고민이 있다. 충치는 보이는 고민이고, 그 안에 숨겨진 진짜 고민이 있다. 그 실체는 앞니가 빠진 자신이 친구들에게 놀림받는 것이 무엇보다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슬픈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아이의 고민은 현실에서 생각처럼 전개되지 않고 오히려 자신처럼 충치로 앞니가 빠진 여자친구를 만나면서 해피앤딩을 맺는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대표작 ‘흉내’, ‘레버’ 등을 연출하게 된 계기와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궁금하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는 어떤 결정에 앞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어쩌면 이런 고민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실제 주인공일지도 모른다. ‘아프지않아’와 ‘흉내’는 ‘먹이’와 ‘레버’에 비해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작은 세상 안에서의 고민일 뿐 그 본질을 살펴보면 모두 사회적 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요컨대 사회라는 공간에서 살면서 반드시 겪게 되는 관계에 대한 고민, 선택, 결정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으로부터 도망가거나 그 바운더리를 넘어서느냐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교적 어두운 분위기의 ‘먹이’와 ‘레버’를 통해서도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비판하기보다는 관객들에게 ‘우리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고, 우리도 그것을 알고 있다’라는 주제를 전하고 싶었다.

<레버>

국내외에서 작품에 대한 평가가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작품을 이해하는 데 있어 난해한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작품 중에는 대사가 없거나 있어도 제한적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지만 이로 인해 관객들이 작품의 주제를 파악하는 데 어려워 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객들은 영상 속 이미지를 통해 다양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많았고, 내가 의도했던 것보다 한층 심오한 관점에서 작품을 해석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작품 이미지에 대해 국내에서는 한국적 스타일이 아니라는 평이 있었던 반면에 해외에서는 다분히 동양적이고 한국적이라는 평을 받았다.(웃음)

작품을 연출할 때 특별히 관심을 두는 것이 있다면?

관객들의 해석과 감상도 작품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일방적인 전달로만 끝나면 안 된다고 본다. 작품을 본 이후로부터 듣는 다양한 감상평과 해석은 애니메이터로서 더없이 행복한 일이다. 그러기에 나는 이 부분을 늘 염두에 두고 작품을 기획하는 편이다. 내가 만든 작품의 주제와 의 도를 정확하게 알아맞히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짜릿하다. 작품을 보고 의도하지도 않았던 부분까지 짚고 해석의 관점을 달리하는 관객을 만나면 온몸에 힘이 차오르는 듯한 기운을 전달받게 된다.

향후 계획과 작품에 담고 싶은 주제는?

현재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이 특정 캐릭터의 내적 갈등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등장인물이 한 발짝 떨어진 지점에서 도시의 여러 모습을 조망하는 느낌으로 제작하고 있다. 현대의 도시라는 이미지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질이든 말이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 가장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이를 통해 삶의 아이러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가끔 시간이 나면 웹툰도 제작한다. 사실 애니메이션 작품을 시작하면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웹툰을 포기해야 했는데, 앞으로는 시간을 내서라도 창작의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

김보영 감독

· <아프지않아> 2013

· <흉내> 2013

· <먹이> 2014

· <레버> 2018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19.08월호

<남주영 기자> (master@ilovecharac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