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Talk

사회 및 정리

김민선 _ 아이러브캐릭터 편집장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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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윤 _ 오돌또기 스튜디오 감독
장편 애니메이션 극장 개봉작으로는 2011년 마당을 나온 암탉과 2018년 언더독 개봉.

이훈재 _ 애니투아트 대표
꼬마기차 추추와 꼬잉꼬잉 이솝극장 등을 제작, 현재 매지컬: 공주를 웃겨라 개봉 준비 중.

장형윤 _ 한국독립애니메이션협회장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 2014년 장편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개봉. 현재 마왕의 딸 이리샤 개봉 준비 중.

<편집자 주>
언더독과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새로운 낙원이 모두 아쉬운 결과에 머물렀다. 두 작품 모두 각각 전작인 마당을 나온 암탉 그리고 점박이로 각 220만, 105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기에 업계는 두 애니메이션 개봉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컸었다. 그러나 관객수 19만, 55만(3월 25일 집계 기준)에서 스코어는 그쳤고,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이 침체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이에 월간<아이러브캐릭터>는 다가오는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 그리고 여름방학까지 극장 ‘빅마켓’을 앞두고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의 흐름을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해 제작자 입장에서 바라본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에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제작 중인, 개봉하고, 개봉 예정인 제작자와 함께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해 논의하고 고민했던 시간을 정리해 게재한다.

#언더독의 예상치 못한 관객 수 부진

김민선 : 월간<아이러브캐릭터>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하다. 3년 만에 열리는 월간<아이러브캐릭터> 특별 좌담회다. 최근 언더독의 개봉 이후 그리고 어린이날과 방학 시즌을 맞는 극장 장편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의견 및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제작자 입장에서 바라본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 대해 토론했으면 한다.

오성윤 (이야기에 앞서) 이번 좌담회 참석을 결정하게 된 계기를 말하고 싶다. 언더독의 성적이 기대에 많이 미치치 못했다. 그냥 기대에 미치치 못한 영화로 남는 것이 아니라 비평과 비판의 문화를 통해 장르를 분석하고 흥행하지 못한 다양한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현상, 즉 관객 수로만 놓고 분석하는, 평가절하하는 분석이 아니라 미래의 분기점을 위한 분석과 고민을 했으면 한다.

#개봉 편수는 늘었지만 시장은?

장형윤 언더독은 기획이나 모든 과정이 충실하게 진행됐으니 그 이상의 스코어를 기대했었는데, 큰 충격이었다. (언더독 이전과 그리고 현재)시장을 바라보니 연간 100편, 일주일에 2편씩 밀려 들어오는 애니메이션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문제는 브랜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제작사가 만들어 브랜드 인지도를 믿고 보는 관람객이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브랜드를 인지하고도 선택했는지 안 했는지, 또 배급사의 마케팅 등 전반적인 외부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오성윤 연말, 크리스마스 그리고 겨울방학까지 이어지는 영화 빅마켓에서 저예산 영유아 애니메이션과 동유럽의 애니메이션, 국산 애니메이션이 경쟁을 벌인다. 상대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적게 쓰는 장편은 사이에 묻혀 알릴 기회가 없어 관객도 인지할 새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이훈재 경쟁할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안 된다고 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작자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아닌가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을 원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믿고, 흥행의 중요 요인 등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흥행되길 바라고 있다.

오성윤 간파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흥행에는 홍보, 마케팅, 배급, 당시 사회 분위기가 잘 맞아야 한다는 어떠한 원칙이 있다고 한다. 언더독은 시류를 타지 않는 고정적인 관객층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성인 관객까지 공략했는데, 유기견이 키워드가 되면서 무거운 주제가 부각된 점이 흥행 실패의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관객이 무거운 주제의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했다고 본다.

장형윤 애니메이션 한 편당 제작 예산이 픽사는 1,600억원, 일루미네이션과 같은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이 700억 원이다. 합작 애니메이션은 100~150억 원, 일본 애니메이션은 50억 원 선이라고 한다.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의 실정상 제작비가 50억 원 투입될 경우 마케팅 비용까지 산정하면 관객수가 200만 명이 동원 돼야 한다. 투자와 제작을 같이해야 하는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이런 흐름을 맞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성윤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예산 지원 및 투자까지 합쳐봐야 40억 원(언더독 제작 예산)인 애니메이션이 무슨 경쟁을 할 수 있겠나. 더불어 B급으로 인지되는 애니메이션까지 경쟁하는 구도니 30~40억 원 제작비 수준의 애니메이션이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업계 전체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감독이 제작과 투자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실정

장형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이전에는 크게 흥행한 작품이 없었다. 한 투자사가 신카이 모코토 전체 작품을 뒷받침해서 인지도를 높이고 투자 걱정 없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빗대어 이야기 하자면) 배우나 작가가 현재부터 차기작까지 3편 이상을 동시에 투자계약을 하는 일부 사례와 같이 장편 애니메이션도 제작 작품을 연속적으로 한 투자자에게 투자받는다면, 제작에만 몰두할 수 있고, 그 안에서 흥행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기간 약 8년간 감독이 제작과 투자까지 병행하며 키스텝도 보호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승산이 희박하다. 수석 애니메이터가 1년에 3분을 만드는 외국 작품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훈재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대기업 배급사, 창업투자회사가 첫 단추를 끼워주는 경우가 없다. 해법을 제작사가 분석하고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예산을 누가 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장형윤 영화 포맷을 위해서만 기획된 애니메이션은 없어지는 상황이다. 투자나 리스크를 감수하다 보니 콘텐츠 인지도가 있는 신비아파트, 포켓몬과 같은 영유아, 완구, TV시리즈 애니메이션이 등장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상징이 되는 작품이 한국에서 가능한지 여부는 부정적이다.

#이미 편중된 영유아, 완구, TV시리즈 애니메이션 시장

이훈재 캐릭터나 TV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라 생각한다. 극장판을 안 만들 이유가 없다. 스핀오프 형식의 장편 애니메이션은 예산도 적게 들어가고, 기본적인 충성 관객이 있으니 투자사도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다. 스핀오프 형식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도 애매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혹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부분을 각 부처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특화된 시장으로 바라봐줘야 한다.

장형윤 완구 중심인 TV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 중심으로만 나아가기에는 수익 창출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편 애니메이션을 해야 하나? 라고 묻는다면, 예를 들어 수익이 나질 않으니 산업 자체를 포기하자 하는 것과 같다고 본다. 성과가 없다며 게임이나 K팝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국가의 장편 애니메이션 예산지원 그리고 지원 범위의 축소는 문화의 한 축을 도려내는 것과 같다.

오성윤 어린이 관객을 소비재의 대상으로만 보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어린이 관객도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제작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정신과 문화를 다루는 특수한 산업이기 때문에 독식 현상을 견제해야 한다.

이훈재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의 해법은 현재 정확히 제시하기 힘들 것이다. 제작자로서 배급 시장에서만 팔리는 장편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확장성이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생각했다.

#“선수가 경기장 지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

오성윤 언더독이 흥행에 성공해서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후배들에게 장편 애니메이션의 투자 기점과 신뢰할 수 있는 사례(데이터)가 되길 바랐다. 투자를 통해 스튜디오가 성장해 브랜드가 되는, 그런 스튜디오가 몇 개만 있어도 장편 애니메이션 산업이 유지되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측면에서 언더독의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컸고, 후배와 업계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형윤 시장의 해법을 찾기 위해 작품 내부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운 부분이다. 흥행에 성공하면 내부 문제만 도드라져 보였겠나.

오성윤 농사에 빗대자면, 두 번의 농사를 지었다. 성공도 실패도 한 번씩. 국내에서도 이러한 성공과 실패를 함께 주목해주고, 작품의 가치만큼은 인정해줬으면 한다.

장형윤 올림픽으로 표현하고 싶다. 올림픽에 나가기로 했는데 선수가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훈련장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 거다. 빠르게 제작했다고 했는데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이후 마왕의 딸 이리샤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올림픽과 다를 게 뭐가 있나.

이훈재 국가 예산 지원, 시스템 정착 등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풀어나가야 할 외부 요인이 산재해 있다. 직접 제작사가 결실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깝다.

오성윤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을 보면 내수 시장만으로도 승산이 있어 보인다. 어떤 장르던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일본과 같이 전체 파이를 늘려나가야 한다.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 봄은 오는가?

오성윤 

모두 타버린 대지 위로 싹이 올라오길 바라고 있다.
싹이 올라오지 못하면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은 미래가 없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발판 삼아, 충격과 비관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장형윤
황사가 온 것 같다.
상업적인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고민이 크다. 지금은 상업영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훈재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 희망이 있듯, 그럼에도 제작을 해야 한다는 소명과 콘텐츠 제작의 ‘꿈’을 갖고 견뎌내는 거다.

출처 : 월간 <아이러브캐릭터> 2019.04월호
<김민선 편집장> (master@ilovecha
racter.com)